•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미국 교육은 부러워 할 백조인가?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이 망국의 병이라는 오명을 덮어쓰고 사회 문제로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의 우리 교육을 미국에서는 부러워한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뿐만 아니라 미국 교육부 장관까지도 열정적인 교육열을 가진 한국의 교육을 칭송하는 발언을 공식 연설에서 수차례 언급하면서 한국 교육을 미국이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시켜 왔다. 백조가 미운 오리 새끼를 부러워하는 꼴이다. 도대체 미국 교육은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미국 공교육의 부실함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 비율이 전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에서 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 점수가 지속적으로 거의 전 분야에서 중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데 대해 미국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공교육의 예산을 늘려야 하고, 교육과정을 개혁해야 하고, 시설을 보완해야 하고, 학습부진아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등등 미국 공교육 개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 교육 평균을 가지고 미국이 전세계적으로 열등한 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따라서 미국이라는 국가의 미래도 밝지 않다는 주장을 한다면 그것은 너무 앞서나간 것이다. 미국의 초?중?고등 교육을 하나로 규정하여 말하는 것은 매우 모순이다.


미국 교육은 뚜렷하게 상위 0.1%의 교육과 나머지 99.9%의 대중교육을 구분지어 생각해야 한다. 흔히들 미국교육을 여유롭고 아이가 행복해 하는 이상적인 교육이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미국의 상위 0.1% 이상의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 이상으로 매우 숨막히게(요즘 아이들 말로 "빡세게") 공부한다. 대단히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매우 치열하게 선행학습을 한다. 어떻게든 자식을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온 가족들이 정말 목숨을 걸다시피 한다.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도 상위 0.1%는 이렇게 산다. 오죽하면 적어도 스포츠와 봉사활동은 좀 덜해도 되는 우리나라 입시가 더 쉽다고 부러워하는 교민들이 있을까?

사회의 운영 시스템도 이 상위 0.1%의 인재들이 99.9%의 대중을 효율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이들 99.9%의 대중들이 상위 0.1%에 대해 부러워하거나 저항하지 않으며 각자의 위치에서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 사회 가치 체제를 정착시킨 나라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99%의 학생들이 1%를 부러워하고 1%가 되지 못함을 불행하게 생각하며 그래서 1%가 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공부한다. 구조적으로 99%가 1%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반드시 좌절하고 불행한 학생들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는 체제이다.


미국 사회의 이와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극소수의 엘리트 교육과 낮은 수준의 대중 교육은 20세기 초?중반의 아동중심 교육과정에 기반한다. 아동의 흥미와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고 교과의 지식만을 주입하던 기존의 교과중심 교육과정에 반기를 들고 등장한 것이 아동중심 교육과정, 생활중심 교육과정이다. 아동의 적성과 흥미에 맞게, 생활의 맥락에 맞게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동중심의 탈교과적인 영향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 도덕, 국어, 산수, 사회, 자연, 음악, 미술, 체육 같은 전통적인 과목들이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아동중심 생활중심 교육과정이 얼핏 보기에는 매우 아동을 존중하는 진보적인 교육과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아동의 흥미를 지나치게 존중해서 아동이 흥미로워 하지 않으면 무리해서 가르치지 않고 안 해도 된다는 인식으로 확대되어 학생들의 학력이 현격하게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특히 1959년 소련이 당시 세계의 패권을 겨루던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스푸트닉이라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사건 이후로 미국 전역에서는 한두 명의 천재가 아닌 집단으로 우수한 인재풀이 있어야만 가능한 우주공학 같은 분야에 있어서 미국이 소련에 뒤쳐진 이유가 느슨한 아동중심 교육과정 때문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었다.


이후 교과중심 교육과정과 아동의 생활중심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학문중심 교육과정이 대두되지만 아동의 흥미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은 미국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서 지금까지도 99%의 대중 공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동중심 교육과정의 영향으로 인해 교육과정 변화가 있었지만 교과서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수업내용이나 시험형태까지 완전히 변한 것은 아니라서 미국과 같은 정도의 인식이 확산되지는 않았다.

아동의 흥미를 존중한다는 개념, 그리고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개념은 일면 매우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생각인 것 같지만, 이것이 다른 한편으로는 "다름"이라는 것을 "넘을 수 없는 무엇"으로 고착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분명 미국은 한국에서처럼 어느 영역에서든지 "하면 된다"라는 인식이 강하기 보다 잘 못하면 자신에게 맞지 않는 분야로 쉽게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수학을 잘 못하면 수학에 재능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저소득층이 성적이 저조한 것은 그들의 가난 탓으로 원인을 돌리는 분위기는, 이들이 못하는 것을 극복할 수 없는 벽으로 인식하게끔 한다. 매우 위험한 인식론이다.


아이에 대한 주변의 기대치가 아이의 실제 수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진 연구결과가 있다. 실제 IQ 점수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선발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담당 교사에게 몇몇은 IQ가 좋다고 언질을 주었고 몇몇은 IQ가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고 슬쩍 알려주었는데, 시간이 흐른 후 교사에게 IQ가 좋다고 알려준 아이의 성적은 IQ가 평균이하라고 알려준 아이의 성적보다 현격하게 높았다. 실제 IQ와 전혀 상관없이 말이다. 교사와 부모 기대치가 은연중에 아이가 자신에 대한 기대 수준을 어디에 위치시킬지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결과이다.


미국 공교육의 이러한 기대치가 아이에게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음 회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출처: 중앙일보 J Plus. 2014.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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