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미국인이 본 미국교육의 문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아동철인경기 하듯이 극도로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현실. 이것이 한국에서는 전국적으로 과열된 사회적, 국가적 이슈이지만, 미국에서는 상위 1% 미만의 일부 고소득 계층에서만 관찰될 뿐 대부분의 미국 사회에서는 매우 드물다는 점을, 일부 미국인들도 인식하고 있다.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의 저자 아만다 리플리는 그의 저서에서 왜 미국이 지속적으로 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 성적에서 하위권인지, 그 이유를 한국과 핀란드 등 PISA 성적이 높은 국가들과 비교 분석했다. 

아만다 리플리는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명제를 신봉한다. 그녀는 미국 교육 문제점의 원인을 미국 교사들의 질이 낮다는 사실에서 찾고 있다. 아만다 리플리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경쟁률이 높은 탑 명문 대학에 교원 양성 프로그램이 있는 경우가 5%도 안 되는 반면, 입학 기준이 아예 없는 (누구나 지원만 하면 입학할 수 있는 낮은 급의) 대학에서는 교원 양성 프로그램이 매우 많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교육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그다지 똑똑하지 않다는 이미지가 모든 사람의 뇌리에 박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직업도 존중받지 못한다고 지적된다.  

미국 내의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교육학은 대체로 가장 쉬운 전공으로 통한다. 교육학을 전공한 필자가 한국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사실이다. 우리와 달리, 미국에서는 'OO교육학'을 전공하려고 할 때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말만 하면 거의 누구에게나 쉽게 입학을 허가한다. 사범대 커리큘럼에서는 일반 교과 전공 학과보다 훨씬 쉬운 내용을 배운다는 것이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교사들이 석사학위를 소지하고 있지만 대체로 기준이 낮은 교육대학원에서 쉽게 학위를 취득하기 때문에 실제 교사의 능력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 

미국에서도 처음부터 사범대를 가지 않은 다른 단과대학 학생들이 교원 양성 프로그램에 지원을 할 수 있는, 한국에서의 교직이수 같은 프로그램이 있는데, 한국에서의 교직이수는 성적 상위자들만 지원을 할 수 있는 반면, 미국의 교직이수는 대학 평균 학점이 4.0만점 중에 2.5 이상이기만 하면 지원할 수 있고 기본 영어 과목에서 C 이상만 취득하면 된다. 미국의 수능점수인 SAT와 ACT에서 미국 전체 평균 이하여도 미국에서 교사가 될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 미국 전체 SAT의 평균 이하를 기록하고서도 교사가 된 사람이 36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더욱이 전공자일 필요도 없다. 미국 고등학교 수학교사의 절반 이상이 수학 전공자가 아니고, 3분의 1 정도의 수학 교사는 심지어 수학을 부전공으로라도 공부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사가 되기 위한 임용고사가 '고시'의 반열에 오른 지 오래이고, 원래부터 높던 사범대와 교대의 커트라인은 IMF 경제위기 후에 오히려 수직 상승했다. 그러므로 예컨대 수능에서 전국 평균 이하 점수를 받고 수학이나 수학교육을 전공도 하지 않은 사람이 공교육에서 수학교사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만다 리플리는 이렇게 미국 교사의 질이 낮기 때문에, 즉 교사가 잘 모르기 때문에 잘 가르칠 수 없다는 간단한 이유가 미국 교육 수준의 심각한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무리 아이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 하더라도 그 마음만으로는 교사가 될 수 없어야 한다고 일갈한다. 미국 교사들이 이처럼 엄격하고 높은 수준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학생들에게도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말하면, 미국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과 미국에서 교육받고 있는 지인들의 경험만 보더라도 아만다 리플리의 지적이 매우 타당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측면만을 보고 미국교육을 파악했다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아만다 리플리의 책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녀의 책은 미국의 99%의 대중 공교육 수준만 다루고 있다. 미국을 실질적으로 리드하고 있는 최상위 1%의 교육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 

또한 모든 아이들이 현대 세상에서 잘 살아남기 위해 엄격한 학습과 고도의 사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 즉 아만다 리플리는 무엇을, 왜, 어떻게 배우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과정의 주요 질문들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파헤치기보다, 현재 있는 시스템 내에서 얼마나 완전학습을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도만 비교 분석하고 있다.  

한국교육의 힘이 사교육 열풍으로 대변되는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열에서 나온다면, 미국 교육의 힘은 최상위 사립학교(수준 낮은 사립학교는 제외하고)와 명문 대학교육의 질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무엇이 그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그 똑똑한 학생들이 만드는 각 국가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원동력이 되는 교육이 무엇인지 비교하고자 한다면, 아만다 리플리는 최상위 1%의 교육이 나머지 99%와 어떻게 철저하게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지의 실상을 함께 분석했어야 한다. 그리고 각국의 1%들(경제적 수준이 아닌 성적 수준의 상위 1%)을 위한 교육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봐야 진정으로 국가를 리드하는 교육의 영향력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중앙일보 2015.01.13.] "미국인이 본 미국교육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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